특허법원 2025허10405, 이른바 010PAY 사건은 모바일 앱에 표시된 상표가 언제 “모바일 앱”이라는 상품의 출처표시가 되고, 언제 앱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출처표시가 되는지를 다룬 판결입니다. 앱 기반 사업이 일반화된 현재, 제9류 소프트웨어 상표와 제35류·제36류·제42류 등 서비스 상표의 경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관한 실무적 기준을 제시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질문은 간단합니다. 앱 화면이나 앱 명칭에 표장이 표시되어 있으면 곧바로 그 표장이 “모바일 앱” 상품에 사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특허법원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앱의 기능, 이용 구조, 수익 구조, 인앱결제 사용 여부, 앱마켓 결제 정책 등을 종합해, 해당 표장이 앱 자체가 아니라 앱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출처표시로 기능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제9류의 내려받기 가능한 컴퓨터프로그램, 이동전화기용 컴퓨터 응용소프트웨어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등록상표권자였습니다. 반면 피고는 제36류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업, 전자금융거래업, 모바일 지불 중개서비스업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피고는 “010PAY”라는 명칭의 모바일 앱을 운영했고, 그 앱에는 확인대상 표장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표장 사용이 자신의 제9류 모바일 앱 관련 상표권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특허심판원은 확인대상 표장이 앱에 표시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원고가 특정한 사용상품인 “모바일 앱” 자체의 출처표시가 아니라 앱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출처표시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특정한 사용상품과 실제 상표 사용 대상이 달라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허법원도 이 결론을 유지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특허법원은 무형물인 모바일 앱도 일정한 경우 상표법상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앱 자체가 거래의 목적물로 제공되고, 이용자가 앱 자체의 이용이나 향유를 주된 목적으로 취득·사용하는 경우라면, 모바일 앱은 독립된 거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이 강조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거래의 실질”입니다. 상표의 출처표시 기능은 앱 아이콘, 앱 화면, 앱 명칭에 표장이 보인다는 외관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대가의 지급과 직접적으로 결부된 거래의 목적물이 무엇인지, 수요자가 그 표장을 무엇의 출처표시로 인식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모바일 앱에 상표가 표시되어 있더라도, 그 앱이 자체적으로 소비되는 상품이라기보다 다른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능적 수단 또는 매개에 그친다면, 수요자는 그 표장을 앱 자체의 출처표시가 아니라 앱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 또는 그 제공 주체의 표시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앱은 모바일 상품권 구매, 결제대행, 포인트 적립과 활용 등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였습니다. 이용자는 앱에서 모바일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결제 관련 서비스를 이용했고, 그 효용은 앱 내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상점에서의 물품 교환·구매나 외부 가맹점 결제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즉, 이용자가 앱을 설치하고 실행하는 이유는 앱이라는 소프트웨어 자체를 소비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앱을 통해 외부 거래를 실행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이용 태양에 비추어, 거래의 실질적 목적물은 앱 자체가 아니라 앱을 매개로 취득·이용하게 되는 외부 재화 또는 서비스라고 보았습니다.
특허법원은 수익 구조도 중요한 판단 요소로 보았습니다. 표장이 어느 대상의 출처표시로 기능하는지는, 수요자가 경제적 가치가 귀속되는 거래 단위를 무엇으로 인식하는지와 연결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의 경제적 이익은 앱의 설치나 단순 이용 자체에서 직접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바일 상품권 판매 등 외부 거래가 실제로 성립·이행되는 과정에서 수수료 등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수요자가 거래의 중심으로 인식하는 대상 역시 앱 그 자체보다는 앱을 통해 성립되는 외부 재화 또는 서비스의 거래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판단 요소는 인앱결제 시스템의 사용 여부입니다. 법원은 구글과 애플의 결제 정책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앱 내에서 효용이 완결되는 디지털 콘텐츠나 서비스의 거래에는 인앱결제 시스템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앱 외부에서 소비·이행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거래는 인앱결제 시스템이 예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 앱에서는 앱마켓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앱결제 시스템이 아니라 외부 결제수단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이 점을, 해당 앱이 앱 자체 또는 앱 내부 콘텐츠가 거래 목적물이 아니라 외부 거래를 연결·지원하는 기능적 수단으로 인식된다는 사정으로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상표 침해 판단을 넘어, 권리범위확인심판의 확인의 이익 문제와 연결되었습니다. 원고는 확인대상 표장의 사용상품을 “모바일 앱”으로 특정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실제 사용 대상을 모바일 앱 자체가 아니라 앱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보면서, 원고가 특정한 확인대상과 피고의 실제 사용태양이 맞지 않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확인대상 표장과 실제 사용 표장의 동일성, 그리고 특정된 사용상품·서비스의 적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 사용 대상이 서비스인데 이를 모바일 앱 상품으로 특정하면, 심판청구는 실질적인 분쟁 해결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심판청구가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010PAY 사건은 앱 기반 비즈니스가 상표를 설계할 때 제9류 “앱”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앱은 사업의 전면에 노출되는 인터페이스이지만, 상표법상 실제 보호 대상은 앱 자체일 수도 있고, 앱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일 수도 있습니다.
앱 이름을 상표로 보호하려는 기업은 앱 아이콘이나 앱스토어 표시만 보고 제9류 앱 상품만 출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실제 비즈니스 모델이 결제, 포인트, 쿠폰, 상품권, 플랫폼 중개, 금융, 예약, 배송, 교육, 콘텐츠 제공 등 서비스 중심이라면, 해당 서비스류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반대로 타인의 앱 상표 사용을 문제 삼으려는 경우에도, 상대방이 표장을 앱 상품에 사용하고 있는지, 앱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구별해야 합니다. 앱 화면 캡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용 약관, 결제 구조, 앱마켓 등록 정보, 수익 발생 방식, 사용자 여정, 실제 거래 대상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모바일 앱 상표 분쟁에서 핵심은 “앱에 표시되었는가”가 아니라 “수요자가 무엇의 출처로 인식하는가”입니다. 010PAY 사건은 이 질문을 앱의 기능, 이용 구조, 수익 구조, 결제 방식, 앱마켓 정책이라는 구체적 요소로 풀어낸 판결입니다.
파인특허법률사무소는 앱 브랜드 출원 단계에서 제9류 앱 상품과 실제 서비스류를 함께 검토하고, 권리행사 단계에서는 확인대상 표장의 사용상품·서비스를 실제 사용태양에 맞게 특정하는 전략을 권합니다. 앱 기반 사업에서는 상표권의 강도가 등록표장의 유사성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거래에서, 어떤 대상의 출처표시로 사용되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010PAY 사건은 앱 상표 실무에서 “상품류 제9류 앱”과 “앱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기계적으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앱이 비즈니스의 입구라면, 상표 전략은 그 입구 너머의 실제 거래 구조까지 포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