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진출은 많은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지만, 동시에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날 수 있는 도전의 장이기도 합니다. 특히, 기술 기반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에게 '특허분쟁'은 사업의 존속마저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리스크입니다.
본 칼럼은 파인특허법률사무소가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특허분쟁의 예방부터 실제 대응까지 필요한 실무적이고 심층적인 전략을 제시하고자 작성되었습니다.
Chapter 1. 특허 침해 경고장·소장 수령 시
해외로부터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경고장이나 소장을 받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경험입니다. 하지만 이 순간, 침착함을 유지하고 전문가와 함께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분쟁의 양상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각적인 전문가 선임 및 상황 분석
- 지체 없는 전문가 상담: 경고장/소장을 수령하는 즉시 해당 국가(미국, 유럽, 중국 등)의 특허 소송 경험과 해당 기술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내부적으로 특허 분쟁 전담자를 지정하여 대리인과 긴밀히 소통하고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야 합니다.
- 경고장/소장의 정밀 분석:
- 발신 주체 확인: 정당한 권리자(특허권자, 전용실시권자)가 맞는지, 특허권 양수 관계, 연차료 납부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합니다. (미국 USPTO 'Assignment Search', 'Patent Center' / 한국 KIPRIS 등 활용) 통상실시권자는 소송 제기 자격이 없습니다.
- 요구 사항 및 실제 의도 파악: 침해 금지, 로열티 요구, 손해배상 등 명시적 요구 사항과 더불어, 경쟁사의 시장 견제 의도, NPE의 라이선스 수익 목적 등 숨겨진 의도를 파악해야 효과적인 대응 전략 수립이 가능합니다. 상대방의 과거 소송 이력 등을 조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침해 주장 명확성 검토: 특허 번호, 침해 대상 제품, 구체적인 침해 근거가 불명확하다면, 초기 회신 시 명확한 근거 제시를 요구해야 합니다.
핵심 방어 논리 구축: 비침해 및 무효 가능성 집중 분석
- 특허 비침해 분석: 전문가와 함께 '클레임 차트(Claim Chart)'를 작성하여, 자사 제품/기술이 상대방 특허의 독립 청구항(Independent Claim)에 기재된 모든 구성요소를 문자 그대로 실시하고 있는지(구성요소 완비의 원칙, AER), 또는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에 해당할 가능성은 없는지 면밀히 분석합니다. 단 하나의 구성요소라도 포함하지 않는다면 침해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특허 무효 가능성 검토: 설령 침해 가능성이 있더라도, 상대방 특허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입니다. 특허 심사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새로운 선행기술 문헌(Prior Art)을 발굴하여 신규성 또는 진보성(비자명성) 흠결을 주장하거나, 명세서 기재 요건(실시가능성, 명확성 등) 위반을 근거로 무효 가능성을 타진합니다.
- 회피 설계(Design-around) 검토: 침해가 명백하고 무효 가능성이 낮다면, 제품 설계를 변경하여 특허 침해를 벗어나는 회피 설계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회피 설계 비용과 예상 로열티/손해배상액을 비교하여 실익을 따져봐야 합니다.
전략적 회신 및 협상 유도
- 초기 회신의 중요성: 첫 회신은 분쟁 해결 의지와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감정적이거나 불필요하게 상세한 답변, 섣부른 침해 인정은 피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형식적이고 간결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열악한 NPE, 미미한 매출 등) 회신하지 않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협상 카드 활용: 분석된 비침해/무효 논리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소송 리스크를 부각시켜 유리한 조건의 합의(낮은 로열티, 라이선스 계약 등)를 유도합니다. 자사 보유 특허를 활용한 역공격 가능성(크로스 라이선스 제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소송 단계별 예상 비용(미국 AIPLA 자료 참고)을 인지하고 협상 시점을 조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IPR 개시 결정, Markman Hearing 결정, Discovery 비용 급증 시점 등).
미국 특허 분쟁 시 필수 대비
- 증거보존조치(Litigation Hold)의 엄격한 이행: 미국 소송의 특징인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에 대비하여, 경고장 수령 즉시 관련 임직원에게 통지하여 소송 관련 자료(전자문서, 이메일 포함)의 수정, 훼손, 폐기를 금지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합니다. 사내 문서보존 정책보다 증거보존 의무가 우선하며, 이행 부실 시 증거 훼손(Spoliation)으로 인한 불이익(징벌금, 불리한 추정, 최악의 경우 패소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디스커버리 절차 이해 및 대응: 상대방의 정보 요청(질문서, 자료 제출 요구, 증인 신문)에 성실히 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대리인-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 등을 활용하여 민감한 내부 정보(특히 불리한 내용의 FTO 분석 결과 등)를 보호해야 합니다. (단, 미국 변호사와의 관계에서만 유효함에 유의) 디스커버리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 단계에서 합의가 급물살을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처분(Preliminary Injunction) 대응
특허권자는 본안 소송 판결 전 침해 행위를 임시로 금지시키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므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 국가별 대응 전략:
- 한국: 특허 비침해 주장과 함께 특허 무효 심판 청구 사실, 무효 가능성 등을 적극 소명하여 법원이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하도록 합니다.
- 미국: 임시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 요건(회복 불가능한 손해, 본안 승소 가능성, 이익 형량, 공익) 각각에 대해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적극 반박합니다.
- 독일: 피의자 통보 없이 가처분이 인용될 수 있으므로, 분쟁 예상 시 사전에 방어서면(Schutzschrift)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각국의 요건에 맞춰 비침해 또는 무효 가능성, 가처분으로 인한 피의자의 회복 불가능한 손해 등을 구두 변론 등을 통해 적극 주장해야 합니다.
Chapter 2. 타사의 특허 침해 시
자사의 혁신적인 기술과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쟁사의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하지만 치밀한 사전 분석과 전략 수립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침해 사실 인지 및 증거 확보
-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 경쟁사 신제품 출시, 전시회 출품, 카탈로그 및 웹사이트 정보, 거래처 및 소비자 피드백 등을 통해 자사 특허 침해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 침해 증거 확보: 침해가 의심되는 제품을 합법적인 경로로 확보하고, 제품 설명서, 기술 문서, 광고 자료 등을 수집하여 분석합니다. 필요한 경우 리버스 엔지니어링 등을 통해 기술적 구성을 파악합니다.
특허 침해 분석 및 입증
- 클레임 차트 작성: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침해 의심 제품이 자사 특허의 청구항(특히 독립항) 구성요소 전부를 포함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클레임 차트를 작성합니다. 이는 향후 경고장 발송, 협상, 소송에서 핵심적인 입증 자료가 됩니다.
- 방법 특허 침해 입증: 제품만으로는 입증이 어려운 방법 특허의 경우, 각국의 생산 방법 추정 규정(한국 특허법 제129조, 미국 관련 규정 등)을 활용하여 입증 부담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승산 없는 싸움은 피하라
권리 행사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다음 사항들을 냉정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 자사 특허의 유효성 재검증: 혹시 모를 무효 사유는 없는지, 방어 논리는 충분한지 자체적으로 또는 전문가를 통해 철저히 재점검합니다. 소송 중 특허가 무효되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 비용-효과 분석: 권리 행사에 소요될 막대한 시간과 법률 비용(국가별 소송 비용 편차 고려 - WIPO 자료 참고), 그리고 승소 시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손해배상액) 및 사업적 이익(경쟁사 퇴출, 시장 점유율 회복)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합니다. 손해배상액보다 침해 금지 명령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 상대방의 반격 가능성 분석: 상대방(침해 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자사가 침해하고 있을 가능성은 없는지 미리 분석하여, 역소송(반소)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해야 합니다.
전략적 권리 행사
분석 결과 권리 행사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상황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여 실행합니다.
- 경고장 발송: 소송 전 협상을 유도하거나, 손해배상 기산점을 확보하고 고의 침해 입증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발송합니다. 특허 번호, 침해 제품, 요구 사항을 명확히 기재하고, 클레임 차트를 첨부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단, 부정확한 내용 기재 시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 소송 제기: 협상이 결렬되거나 즉각적인 침해 금지가 필요할 때 선택합니다.
- 소송 국가 및 법원(Venue) 선정: 소송 비용, 예상 손해배상액 규모, 증거 확보 용이성, 법원의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유리한 국가와 법원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예: 미국 - 높은 배상액 기대 vs 높은 비용, 텍사스 동부/서부 선호 경향 / 독일 - 상대적 저비용, 신속한 금지 명령 / 중국 - 자국 기업 보호주의 고려 등) 관할권(Personal Jurisdiction, Venue) 요건을 충족하는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 소장 작성: 특허 침해 사실을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기재해야 합니다(미국 Plausible Pleading 요건 등). 일부 법원(텍사스 동부 등)은 소장 제출 시 클레임 차트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 형사고소(한국 등) 또는 행정단속(중국 등):
- 한국: 특허 침해 시 형사 처벌(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며, 반의사불벌죄로 변경되어 고소 기간 제한 없이, 제3자 고발이나 수사기관 직권 수사도 가능합니다.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 확보가 용이하며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무혐의 처분 시 민사 소송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침해 입증이 명확할 때 신중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 중국: 지방 지식산권국을 통한 행정적 구제 절차는 비교적 신속하게 침해 중지 명령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Chapter 3. 제품 개발·수출 시
특허분쟁은 일단 발생하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가장 현명한 전략은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입니다.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특허 리스크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연구개발(R&D) 단계
- 선행 특허 조사 및 분석 생활화: 신기술/신제품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관련 분야의 선행 특허를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무료 KIPRIS, 유료 WIPS/Keywert 등 활용, 키워드/특허분류(CPC)/경쟁사/발명자 검색)
- 특허 공백 영역 공략 및 방향 수정: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특허가 밀집된 영역을 피해 기술 개발 방향을 수정하거나, 특허가 없는 공백 영역(White Space)을 찾아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지름길입니다. 특히 수출 대상 국가의 경쟁사 특허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합니다.
특허 침해 회피(FTO) 분석 및 설계
- FTO(Freedom To Operate) 분석: 개발 중인 기술이 타사의 유효 특허 권리 범위를 침범하지 않는지, 즉 자유롭게 실시 가능한지를 분석합니다. 클레임 차트를 활용하여 핵심 선행 특허들과의 침해 여부를 면밀히 검토합니다.
- 회피 설계(Design-around) 적용: FTO 분석 결과 침해 위험이 발견되면, 해당 특허의 청구항 구성요소 중 일부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도록 기술/제품 설계를 변경합니다.
- 분석 결과의 안전한 관리: FTO 분석 보고서 등 내부 문서는 향후 미국 소송 등에서 불리한 증거(특히 고의 침해 입증)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변호사를 통해 분석을 진행하고 '대리인-의뢰인 간 비밀유지특권' 요건(수신/참조 포함, Confidentiality 문구 명시 등)을 갖추어 보호하거나, 국내 로펌 진행 시 불리한 내용의 서면 기록을 최소화하는 등 신중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납품/공급 계약 체결 시
- 특허 보증(Warranty) 및 면책(Indemnity) 조항의 중요성: 완제품 제조사가 부품 공급사로부터 납품받은 부품 때문에 특허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를 대비하여, 계약서에 특허 관련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미국 UCC §2-312(3) 참고)
- 구매자 vs. 공급자 입장: 구매자(완제품 업체)는 보증 범위를 최대한 넓게(직/간접 손해, 법률 비용, 배상액 포함) 설정하려 하고, 공급자(부품 업체)는 보증 범위를 제한(직접 손해 한정, 기간 제한, 구매자 귀책 사유 면책, 사양 결정 책임 배제, 타 부품 결합 시 면책, 이익 범위 내 배상 한도 설정 등)하려 하므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명문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외 전시회 참가 시
- 전시회 현장 분쟁 위험 인지: 특히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전시회 현장에서 경쟁사가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결정을 받아 부스 철거, 제품 압류 등을 집행하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2017년 IDS 전시회 국내 기업 사례 참고)
- 사전 예방 조치: 독일 전시회 참가 예정이고 경쟁사와의 분쟁 가능성이 있다면, 사전에 해당 지역 법원에 특허 비침해 등을 주장하는 '방어서면(Schutzschrift)'을 제출하여 일방적인 가처분 인용을 방지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독일 온라인 제출 사이트 활용)
- 현장 발생 시 신속 대응: 현장에서 경고장이나 법원 서류를 받으면 당황하지 말고 즉시 서명 등을 보류한 채, 현지 IP-Desk나 특허 대리인에게 연락하여 자문을 받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결론
복잡다단한 글로벌 특허분쟁 환경 속에서 우리 수출 기업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 전 단계에 걸쳐 특허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분쟁 발생 시에는 신속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특허분쟁 대응은 단순히 법률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 각국 법제와 실무에 대한 통찰력, 그리고 비즈니스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 영역입니다.
파인특허법률사무소는 다년간 축적된 국내외 특허분쟁 경험과 각 기술 분야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리 수출 기업들이 겪는 다양한 특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분쟁 예방 컨설팅부터 경고장 대응, 소송 전략 수립 및 수행, 라이선스 협상 지원까지, 귀사의 든든한 지식재산 파트너로서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과 지속적인 성장을 돕겠습니다.